사는이야기 스티키풋볼 2025. 6. 2. 18:05
Believe it? or Not? 레슨을 하고 말고 하는 결정은 어렵지 않지만 팀을 이적하는 것은 많은 고민을 필요로 한다. 기존의 팀에서 나와 새로운 팀에 간다는 건 모험인 동시에, 다시 예전의 팀으로 돌아가기 힘들다는 전제가 깔려있다. 따라서 신중할 수밖에 없는 문제인데, 꼬꼬마 때부터 축구를 시작해 성인선수가 된 아이들의 모습을 여러 번 지켜본 나로서는 어떤 아이들이 어떻게 훈련을 받았을 때, 프로에서 쓸만한 선수가 되는지 알고 있다. 나이가 먹으면서 좋은 점 중 하나인 빅데이터가 쌓이는 것이다. 하지만 동시에 지금 축구를 막 시작한 아이들이나 그런 아이들을 지켜보는 부모님들이 혼란스러워하는 것도 이해한다. 나도 그랬으니까, 어떤 말이 맞는 건지, 어떤 지도자와 팀이 좋은 건지 당장 알기가 쉽지..
사는이야기 스티키풋볼 2025. 6. 1. 00:05
스티키FC IN TROUBLE 시작하자마자 난관에 봉착했다. 세 번의 팀원 모집 글을 올렸는데 내가 모으려고 하는 학년의 학생들이 단 한 명도 연락하지 않았다. 오히려 레슨 문의만 몇 번 오고 초등학교 5학년 학생들만 관심을 보였다. 레슨 홍보 때는 올리기가 무섭게 열 건 이상의 문의가 온 적도 있는데 팀을 바꾸는 결정은 완전히 다른 메커니즘으로 진행되나 싶다. 어쩌면 세 번의 글로 우리 팀을 알린다는 게 너무 성급한 일일지도 모르고. 사실 어느 정도 이유는 알고 있다. 국내에서는 선배들의 진학 히스토리가 매우 중요한데 창단팀에겐 그런 게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실 초등학생들의 진학은 생각보다 중요하지 않다. 그보다 무엇을 배우는지가 훨씬 중요하고, 최정상 팀 몇 군데를 제외하면 대부분 개인 테스트를..
사는이야기 스티키풋볼 2025. 5. 28. 12:50
스티키FC 대한민국 남자 평균 수명이 80년이다. 하지만 건강 수명은 사람마다 다를 테니 대략 60세쯤이라 가정하면(더 길거나 짧을 수도 있겠지만 내가 정확한 시범을 보일 수 있는 나이를 60세 정도로 예상한다) 앞으로 17.5년 정도 남은 셈인데 일수로 따지면 6,500일이다. 나는 이 6,500일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몇 달 동안 곰곰이 생각해 봤다. 영국에 가고 싶지만 동시에 한국에 있고 싶고, 유소년 축구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동시에 성인팀을 이끄는 승부사도 되고 싶었다. 뒤를 돌아보면 후회할만한 일들이 많은지라 이번만은 완벽한 선택을 하려고 내가 물어볼 수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물어봤다. GPT에게는 수없이 물어봤고, 내가 예전에 가르쳤던 아이들, 우리 부모님, 동네 친구들, 심지어 레슨 하는 ..
사는이야기 스티키풋볼 2025. 1. 16. 11:13
살아남는 아이디어 나는 영어를 조금 할 수 있다. 잘하는 건 아니고 일상 생활 가능한 정도인데 외국 생활을 꽤 한 거에 비해 영어실력이 썩 좋지는 않다. 한국인들과 잘 어울리지 않고 살았지만 유창하게 생각 없이 뱉을 수 있는 정도는 되지 않았다. 항상 영국에 가는 시점을 고민해 왔다. 사실 이런저런 현실적인 이유로 몇 년을 고민했고 하루종일 생각하다 보니 다시 불면증이 심해질 정도였는데 최근 결론을 낼 만한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내가 영어를 한국어처럼 할 수 있다면?' 어떻게 이걸 이제야 깨달을 수 있지? 잠깐 딴 얘길 하자면 미드 중 오자크(Ozark)라는 작품에서 루스 랭모어가 "It pisses me off that I was born just smart enough to realize how ..
사는이야기 스티키풋볼 2024. 12. 21. 14:19
개인이라도 커뮤니티가 있어야 하는 이유 나는 유튜브의 슈카월드란 채널을 자주 본다. 더불어 슈카월드 코믹스도 잘 보는데 거기서 몇 주전 계엄을 주제로 한 방송에서 슈카가 한 말에 많은 기사가 났다. 이유는 슈카가 계엄을 옹호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는 것이다. 라이브를 처음부터 봐온 나로서는 그런 뜻이 아니었다는 걸 잘 안다. 하지만 기자들이 앞뒤 문맥을 자르고 워딩만 잘라 기사를 냄으로써 많은 사람들의 오해를 불러일으켰다. 다음날 슈카가 완전히 분노한 상태로 다시 방송에 나왔다. 그리고 악의적인 기사와 자신의 억울함을 수만 명이 보는 앞에서 토로했다. 얼마나 어이가 없고 화가 난 상태인지 고스란히 전해졌다. 그리고 이는 슈카월드와 슈카월드 코믹스의 엄청난 구독자들을 통해 여러 커뮤니티에 순식간에 퍼졌다. ..
사는이야기 스티키풋볼 2024. 12. 9. 12:48
재능기부와 심리변화의 매커니즘 (거창한 제목이지만 대충 맞기는 하다) 나는 코칭하는 것이 업이자 취미이다. 문제는 여기서부터 비롯된다. 코칭이 취미이다 보니 코칭을 쉬게 되면 스트레스를 받는다. 그래서 무료로라도 코칭할 대상을 찾곤 한다. 그렇게 재능기부로 레슨을 진행하기도, 팀에서 코칭을 하기도 했다. 예술가가 작품을 완성하듯 나도 그들을 만들어 나가는 기쁨이 쏠쏠했다. 그러나 재능기부로 코칭을 하게 되면 몇 가지 문제가 발생하는데 하나는 내 가치가 떨어진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받는 사람들의 태도가 변한다는 것이다. 사람들의 심리를 그림으로 정리해 보자면 아래와 같다. 보통 이런 식으로 흘러가는데 호의개념이 조금씩 권리개념으로 이동하기 때문인 것 같다. 하지만 여기서 더 흥미로운 건 해주는 사람의 ..
사는이야기 스티키풋볼 2024. 12. 3. 20:37
엑시트 동시에 여러 가지 일을 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안될 것 같다. 감을 유지해야 하니 레슨은 그대로 하고 평일에는 한 가지 일에만 집중해야겠다. 나대지 말고, 일 벌이지 말고, 반년 동안 숨어 지낼 것. 아래 외국인이 disappear 하라는데 본인은 얼마나 해봤는지 모르지만 나는 3년 반도 해봤으니, 반년이야 출처 : 1%의 비밀 성공패턴
사는이야기 스티키풋볼 2024. 11. 22. 15:22
이름 세 글자 누구나 인생에 슬럼프가 있지 않나, 그것도 갑자기 찾아오는 인생의 하향곡선. 나에게도 있었다. 대략 2017년부터였는데 그 후 오르락 내리락을 반복하다 다시 한번 확 내려간 후 서서히 올라오고 있는 중이다. 그때 하도 힘들어서 엄마 친척분 중 이름 뜻풀이를 해주시는 분께 여쭤보았는데 나에 대해 전혀 모르시는 분이신데도 불구하고 나를 너무 잘 아시는 느낌이었다. 이래서 사람들이 사주에 빠지나보다. '왕이 되지 못해 괴로워하는 팔자' 내 이름에 임금 왕자가 세 개가 있어 왕이 되고 싶어 하지만 그러지 못해 괴로워한단다. 엄마를 통해 전해 들은 거라 정확한 뉘앙스는 모르겠지만 한 문장만으로도 위로받는 느낌이었다. 'ㅎㅎ 어찌 그리 잘 아실까?' 그런데 여기서 내가 궁금한 건 왕이 못돼 평생 ..
사는이야기 스티키풋볼 2024. 10. 16. 22:38
40대의 일기 사실 지난 몇 달 동안 팀을 창단하려 이런저런 노력을 시도해 봤다. 주에 2-3회 정도만 큰 운동장이 필요했기에 서울과 파주 몇 곳에 괜찮은 운동장을 찾았다. 처음부터 운동장만 있으면 선수 모으는 것은 어렵지 않을 거라 생각하여 8부 능선은 넘었다고 봤는데 대한축구협회의 신규 라이센스 관련 제도를 읽어보고 그게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여기서 말하는 라이센스란 팀마다 대한축구협회에서 주관하는 주말리그 또는 대회에 참가하기 위한 자격증 같은 것을 말한다. 그게 없으면 팀 창단은 가능하나 정작 경기에 뛸 수는 없다. 문제는 그 라이센스를 따려면 1년 이상의 운동장 계약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앞으로 학원팀처럼 학교 운동장이 있거나 개인이 운동장을 만들지 않는 이상 시나 도에서 운영하는..
사는이야기 스티키풋볼 2024. 7. 31. 22:58
몇 가지 달라진 것들 오랜만에 글을 쓴다. 그동안 몇 가지 달라진 상황과 생각들이 있는데, 먼저 주말에 하고 있는 레슨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다. 나만의 확실한 프로그램으로 7개월쯤 지나자 레슨 받는 아이들이 차곡차곡 쌓이더니 이제는 대기자가 발생할 때도 있다. 올 겨울 한 명을 가르치며 시작했던 레슨이 이 정도로 커진 것이 신기하기도 하고(그런데 지금은 또 대회, 휴가 기간이라 휴업에 들어가 있다) 그와는 별개로 실력이 눈에 띄게 향상된 아이들을 보면 지금 이 훈련 프로그램이 아이들에게 얼마나 중요하고 효과적인지 다시 한번 깨닫는다. 이전 글에 해피포터의 마법 수준으로 내 코칭 실력을 올리고 싶다고 했는데 보통 4-5개월(약 20회) 정도 꾸준히 하면 내가 아닌 그들이 변하게 되므로 굳이 내가 마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