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이야기 스티키풋볼 2024. 3. 9. 23:41
내가 팀을 창단할 수 있을까? 많은 축구 선수들이 은퇴 후 축구교실을 운영한다. 예전에는 그들이 프로팀 코치나 감독으로 가는 걸 선호했는데 지금은 사실상 명줄이 짧고 스트레스도 많은 그런 자리보다 자기 이름을 건 축구교실이나 팀을 창단하여 비교적 안정적이고 소득도 괜찮은 진로를 선택한다. 나도 유소년팀을 하나 만들어 온전히 내 색깔을 입힌 선수들을 키우고 싶은 생각이 있었다. 지금 선수들이 북적북적한 팀들은 대부분 드리블을 기반으로 아이들을 가르쳤고, 특히 그중 이름만 대면 알만한 몇 팀은 내가 예전에 있었던 모클럽에서 그 기술을 잠깐이라도 배워갔다. 거기에 젊은 지도자들의 능력과 감각을 더해 마케팅함으로써 빠르게 자리 잡았는데 물론 쉽지 않았겠지만 그런 예를 보며 자신감이 생겼다. 하지만 결국 포기..
사는이야기 스티키풋볼 2024. 2. 25. 22:44
롤러코스터 이제까지의 내 인생을 설명하자면 롤러코스터까진 아니더라도 업다운이 꽤 심한 편에 속한다. 한 땐 목표와 꿈이 명확한 시기도 있었는데 최근 몇 년 동안 여러 풍파를 겪다 보니 삶의 의미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나는 왜 태어났고, 내가 이번 생에서 이뤄야 할 과업이 있는가?, 왜 사람들은 태어나고 죽고, 의식이라는 것을 가지며, 태어나면서부터 죽음을 향해 달려가는데 굳이 근근이 하루를 버티며, 오늘도 보람된 하루를 보내려고 애쓰는가? 또 이런 생태계는 누가 만들었으며 우리가 사는 모습을 보며 그들이 얻는 것은 무엇인가? 어떤 영화에서 우리는 세상을 보고 듣기 위해 태어났으므로 특별히 무언가가 되지 않아도, 태어난 것만으로 사는 의미가 있다고 했다. 그 말이 맞을 수도 있으나 내가 진짜 ..
사는이야기 스티키풋볼 2024. 2. 1. 23:21
안 배우면 손해인데 어떻게 설명할 방법이 없네 이런 말이 있다. '호날도나 메시는 어디서 축구를 했어도 호날도와 메시가 되었을 것이다. 문제는 그 밑에 있는 아이들이다.' 축구를 잘하는 방법은 의외로 단순하다. 일단 부모세대로부터 물려받은 타고난 재능이 첫 번째로 있어야 하고 그런 아이들 중에서 누가 더 많은 노력을 하고, 운이 좋은지가 축구선수로서의 성패를 좌우한다. 여기서 축구 지도자로서 해줄 수 있는 유일한 도움은 노력의 방향을 정해주는 일뿐이다. 그들에게 타고난 재능도, 예기치 않은 행운도 만들어 줄 수 없다. 그럼 축구를 잘하려는 노력의 방향은 어디일까? 여기서 여러 개의 갈림길이 생긴다. 지도자들끼리는 물론이고 자녀가 축구를 하면서 자의 반 타의 반 전문가가 되는 부모님들까지도 각자의 생각과 ..
사는이야기 스티키풋볼 2023. 12. 21. 13:13
무계획이 계획 내가 세웠던 수많은 계획들.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일곱, 여덟, 아홉, 열, 돌아보면 그중 달성된 것은 거의 없다. 이쯤 되면 무계획이 계획이지 않을까 싶다. 계획을 세우고 계획을 이루기 위해 단계를 설정하고 그 단계에서 일어날 모든 일들을 예상한다. 그리고 어떠한 변수도 생기지 않게 점검하고 또 점검한다. 마지막으로 운까지 통제한다. 하지만 그렇게 계획을 어긋나게 할 모든 요소를 완전히 제거하여, 일이 안 될 수가 없게 만들어도 결국 모든 것이 성공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나비효과처럼 어느 곳에서 일어난, 보이지 않는 작은 사건이 나에게 올 때쯤 태풍을 일으켜 계획을 비틀어 놓는다. 계획대로라면 나는 지금쯤 아시안 최초의 EPL 감독이 되어있어야 하거나 최소한 영국 축구계..
사는이야기 스티키풋볼 2023. 11. 22. 11:18
결과가 수단을 정당화할 수 있을까? 교수법 : 교사가 학생을 가르칠 때, 교육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취해지는 수단 얼마 전 재방송된 방구석 1열이라는 프로그램에서 위플래쉬를 보게 되었다. 내용은 이렇다. 영화의 주인공 앤드류는 뉴욕의 명문 셰이퍼 음악학교의 스튜디오 밴드에 들어가게 되고 거기서 '플레쳐' 교수를 만난다. 그의 교수법은 학대, 폭언과 폭력을 통해 학생들을 한계까지 몰아붙이는 식인데 그에 대한 분노를 음악에 대한 열정과 자신의 잠재력을 끌어내는 에너지로 쓰라는 것이다. 프로그램을 쭉 보다보니 예전에 책에서 읽었던 일본 여자배구 감독 다이마쓰 히로부미가 생각났다. 그는 혹사 수준의 스파르타 훈련으로 섬유방적공단의 여직원들을 세계최고의 선수들(동양의 마녀들이라 불린)로 만든 장본인이다. 그 훈련이..
사는이야기 스티키풋볼 2023. 11. 13. 20:32
마음만은 피터팬 어릴 때부터 나는 늙지 않을 것 같은 묘한 자신감이 있었다. 술과 담배를 하지 않는 탓도 있지만 나보다 빠른 속도로 아저씨가 되어가는 친구들을 보며 역시 난 다르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몇 년 전부터 정수리 쪽 머리가 얇아지기 시작하더니 지금은 거의 없을 정도로 탈모가 심해졌다. 집안조사를 통해 친가, 외가 쪽 모두 대머리가 없다는 것을 확인했는데 그렇다면 내가 집안 최초 탈모인인 것이다. 여자가 싫어하는 남자 외모 순위 중 1위가 탈모, 5위가 키 작은 남자라는데, 둘 다 해당되는 나로서는 2관왕이다..... 뭐 좋지 않은 소식이긴 하지만 가장 닮고 싶은 축구감독이 펩 과르디올라 감독이니 이 참에 헤어 스타일을 바꾸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머리카락이 사라지고 있어도 할 일은 해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