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배우면 손해인데 어떻게 설명할 방법이 없네

안 배우면 손해인데 

어떻게 설명할 방법이 없네

 

이런 말이 있다. '호날도나 메시는 어디서 축구를 했어도 호날도와 메시가 되었을 것이다. 문제는 그 밑에 있는 아이들이다.'

 

축구를 잘하는 방법은 의외로 단순하다. 일단 부모세대로부터 물려받은 타고난 재능이 첫 번째로 있어야 하고 그런 아이들 중에서 누가 더 많은 노력을 하고, 운이 좋은지가 축구선수로서의 성패를 좌우한다. 여기서 축구 지도자로서 해줄 수 있는 유일한 도움은 노력의 방향을 정해주는 일뿐이다. 그들에게 타고난 재능도, 예기치 않은 행운도 만들어 줄 수 없다. 

 

그럼 축구를 잘하려는 노력의 방향은 어디일까? 여기서 여러 개의 갈림길이 생긴다. 지도자들끼리는 물론이고 자녀가 축구를 하면서 자의 반 타의 반 전문가가 되는 부모님들까지도 각자의 생각과 소신을 가지게된다. 처음엔 나의 경험과 내가 배운 것들을 토대로 설명 내지는 설득을 하려 했으나 언제부턴가 무의미하다고 느껴졌다. 사람은 결국 자신이 듣고 싶은 말만 듣고 싶은 경향이 있고, 이성과 감성이 완전히 분리될 수 없으므로 논리적으로 설득됐다 하더라도 이미 답을 내린 상태라면 받아들여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래서 굳이 그런 일에 시간과 에너지를 쏟기보다는 그냥 묵묵히 나의 축구철학을 지키며 꾸준히 업데이트하는 것이 더 생산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 가지 말하자면 축구에서 기술은 영어나 수학과 같고, 다른 것들은 국어나 과탐, 사탐에 속한다. 유럽에서 상황인지와 판단능력에 대한 경기운영을 강조하는 것은 기술이 받쳐줄 때를 전제하는 것인데 정작 핵심은 쏙 빼놓고 우리가 지금까지 엄청난 것을 놓쳤다는 것처럼 말하는 것도 안타깝다.(기술과 상황판단 능력을 동시에 향상 시키는 것이 가장 좋긴 하다) 

 

그리고 기술 중에서 한 동작으로 이루어진 패스, 슈팅, 킥 같은 것들은 단기간에 올릴 수 있는 반면(일정 수준까지) 드리블 같이 볼을 다루는 기술은 굉장히 오랜 시간이 소비되는 작업이다. 간단한 이야기로 축구초보의 슈팅과 패스의 정확성은 빠르게 향상시킬 수 있지만 "한 명 제치고 들어가", "2명이 압박해도 뺏기지 마."와 같은 주문은 한다고 바로 실천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이것이 내가 드리블 전문 레슨을 시작한 이유다. 나는 원래 팀 소속으로만 일했고 지금도 팀을 조합하고 훈련시키는데 더 적합한 코치라고 생각한다. 또 드리블이 아닌 기본기 전체나 경기운영에 대한 레슨을 할 수도 있었지만 우연찮게 몇 년 동안 드리블에 특화된 훈련방법을 배웠고 혼자만 알기엔 너무 아까워 가능한 많은 선수에게 전수하려고 한다.

 

하지만 내가 레슨을 얼마나 오래할지 모르고 사람의 계획은 언제나 변하지 않나? 그래서 개인적으로 '지금 안 배우면 손해일 것' 이라는 생각을 조심스럽게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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