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러코스터

롤러코스터

 

이제까지의 내 인생을 설명하자면 롤러코스터까진 아니더라도 업다운이 꽤 심한 편에 속한다. 한 땐 목표와 꿈이 명확한 시기도 있었는데 최근 몇 년 동안 여러 풍파를 겪다 보니 삶의 의미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나는 왜 태어났고, 내가 이번 생에서 이뤄야 할 과업이 있는가?, 왜 사람들은 태어나고 죽고, 의식이라는 것을 가지며, 태어나면서부터 죽음을 향해 달려가는데 굳이 근근이 하루를 버티며, 오늘도 보람된 하루를 보내려고 애쓰는가? 또 이런 생태계는 누가 만들었으며 우리가 사는 모습을 보며 그들이 얻는 것은 무엇인가? 

 

어떤 영화에서 우리는 세상을 보고 듣기 위해 태어났으므로 특별히 무언가가 되지 않아도, 태어난 것만으로 사는 의미가 있다고 했다. 그 말이 맞을 수도 있으나 내가 진짜 궁금한 것은 우리가 지금 여기서 뭐 하는가?이다. 우린 진짜 뭐 하고 있는 걸까? 

 

축구 외엔 별 관심이 없던 내가 어떤 계기를 통해 이런 생각에 몰두하게 되었는데 의심이 많은 나로서는 종교의 힘보다 과학이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해 줄 것 같았다.(그렇다고 신이 없다고 확신하는 것은 또 아니다) 내가 한 참 공황장애와 불면증에 시달릴 때(불면증은 지금도 있다) 물리학책과 뇌과학책을 주로 읽었는데 내용이 이해된다기보다는 죽음에 대한 공포와 걱정을 과학을 통해 달랬던 기억이 난다. 

 

예를 들면 이런 거다. 거시적으로 보면 이 우주는 너무나 넓고 우리는 너무 하찮다. 빛에 속도에 근접할수록 시간은 느려진다. 아니 빨리 가는 거랑 시간이랑 무슨 상관이랑 말인가? 중력이 센 곳에서도 시간은 느리게 간다. 아니 끌어당기는 힘이랑 시간이랑 무슨 관계인가? 그럼 시간이랑 또 뭐란 말인가? 미시적으로 보면 빛은 파동인 동시에 입자이다. 빛은 우리가 볼 땐 입자처럼 행동하지만 보지 않는 순간 파동으로 변화한다. 관찰자에 따라 달라지는 세상? 양자역학에 관련된 책을 읽으며 지금 내가 보는 것이 보는 것이 아니고 내가 듣는 것이 듣는 것이 아니며 내가 느끼는 것이 느끼는 것이 아닐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따라서 죽음도 어쩌면 거대한 이슈가 아니고, 우리가 갖고 있는 의식도 진짜 의식인지 확신할 수 없으니 어차피 불안정한 세상 그냥 마음 놓고 마이웨이 하는 것도 나쁠 것 같지 않다. 나의 극심했던 슬럼프는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고 많이 울고 무서워하며 그렇게 일단락 됐다. 다시는 겪고 싶지 않은 슬럼프였지만 반드시 겪어야 했을 일이었다는 생각이 나중에서야 들었다. 그리고 어쩌면 그것이 크든 작든 내가 태어난 이유가 반드시 있을 거 같았다.(무엇인지는 지금도 모르겠다) 물론 이 모든 것이 나의 완전한 망상일 수도 있지만 다들 자기 전에 잘 생각해 보길 바란다. 내가 이 세상에서 도대체 뭐 하고 있는 건지. 생각하며 살지 않으면 살면서 생각하게 된다. 

 

 

P.S 마이웨이라도 남에게 피해 주는 일은 피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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