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팀을 창단할 수 있을까?

내가 팀을 창단할 수 있을까?

 

많은 축구 선수들이 은퇴 후 축구교실을 운영한다. 예전에는 그들이 프로팀 코치나 감독으로 가는 걸 선호했는데 지금은 사실상 명줄이 짧고 스트레스도 많은 그런 자리보다 자기 이름을 건 축구교실이나 팀을 창단하여 비교적 안정적이고 소득도 괜찮은 진로를 선택한다.

 

나도 유소년팀을 하나 만들어 온전히 내 색깔을 입힌 선수들을 키우고 싶은 생각이 있었다. 지금 선수들이 북적북적한 팀들은 대부분 드리블을 기반으로 아이들을 가르쳤고, 특히 그중 이름만 대면 알만한 몇 팀은 내가 예전에 있었던 모클럽에서 그 기술을 잠깐이라도 배워갔다. 거기에 젊은 지도자들의 능력과 감각을 더해 마케팅함으로써 빠르게 자리 잡았는데 물론 쉽지 않았겠지만 그런 예를 보며 자신감이 생겼다. 

 

하지만 결국 포기하게 만든 이유가 몇 가지 있는데 그 이유들은 아래와 같다.

첫째, 정기적으로 훈련할만한 운동장을 찾지 못했다. 둘째, 진학을 어느 정도 책임질 수 있는 넓은 인맥이 나에게는 없다. 셋째 다양한 사람들로부터 상처받지 않을 담대한 성격을 가지고 있지 않다.  

 

이런 기본적인 조건들도 채우지 못하는 박약한 내가 무엇을 할 수 있겠나?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곤 배운 것을 체계적으로 가르쳐 주는 것 밖에 없다. 가장 중요한 요소이지만 국내에서 사업자등록을 하고 팀을 이끈다는 것은 그것만으론 한참 부족하다. 게다가 나의 변덕스러운 성격으로 언제 다시 해외로 나갈지 모르기 때문에 다자고짜 일을 벌일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생각해 본 것이 프로젝트 성 그룹인데 예를 들어 올해 2학년이면 2학년, 3학년이면 3학년, 딱 한 두 그룹만 모아 가르치고 그들의 중등진학이 완료되면 프로젝트가 끝나는 프로젝트 팀이다. 나는 몇 년 동안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을 가르치고 그들은 그 실력을 중등에서 펼치게 되는 것이다. 물론 이후에도 계속되는 경쟁이 기다리고 있겠지만 나는 골든에이지 시기에 무엇을 배워야 좋은 선수가 될 수 있는지 정확하게 알고 있고, 가르칠 수 있기에 그들이 중등레벨에서 날아다니게 만들 자신이 있다.  

 

이런 프로젝트 팀을 만들어 운영하게 되면 내가 말했던 몇 가지 문제들을 다소 희석시킬 수 있다. 문제는 과연 참여하고자 하는 사람이 얼마나 되느냐인데 8대8 경기를 한다는 전제하에 최소 12-13명은 있어야 하고 또 그들에게 만족할만한 진학을 선사하려면 냉정하더라도 처음 뽑을 때 타고난 원석들을 잘 골라야 한다. 하지만 타고난 원석들이 나에게 올지 안 올지는 미지수라(아직 마음을 정한건 아니지만) 한동안은 슈퍼키즈들이 한 데 모여 플레이하는 모습을 상상하는 것만으로 만족해야 할 것 같다.

 

개성 강한 아이들이 자신의 포지션에서 당돌하고 겁 없이 플레이하는 모습은 누가 봐도 즐거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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