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때녀 보아라
나는 하고 싶은 일이 생기면 거의 시도해보는 스타일이다. 경험상 왠만한일은 방법만 찾으면 시간이 걸리더라도 성취 가능했다. 내가 매주 보는 프로그램 중 '골때리는 그녀들' 이란 프로그램이 있다. 처음엔 잠깐 봤는데 출연자들이 본업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내일이 없는 것처럼 하는 것을 보며 애청자가 돼버렸다. 물론 그 모습이 진짜인지 편집의 힘인지는 알 수 없지만 알아서 뭐하랴, 그냥 보고 즐거우면 됐지.
하지만 언제부턴가 볼 때마다 몇몇 출연자들의 늘지 않는 실력이 안타까웠고 엘리트 선수들만 가르쳤던 감독님들이 3자패스 운운할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유명 선수출신 지도자들이 매번 직접 가르치지는 않겠지만 그들이 초보에 가까운 골때녀 출연자들에게 엘리트 선수나 성인 선수들이 하는 경기 방법을 도입하는 것을 보고 여러번 잉? 했다.
17년 동안 다이어트 하러 온 아이들부터 프로유스 선수들, 대학팀 선수들까지 다 가르쳐 본 나로서는 어떤 수준의 선수들에게 어떤 교육을 시켜야 하고 그들이 어떤 과정을 거쳐 축구를 배우게되며, 어느 시점에 축구(풋살)다운 포맷을 인식시켜줘야 하는지 나만의 통계와 레시피가 있다. 따라서 나의 관점에서 보면 골때녀 감독님들은 입문자나 유소년축구에는 어울리지 않는, 연령별(수준별) 숙련도 프로세스를 정확히 이해하지 못한 단순 성인팀 감독님들처럼 보인다. 선수와 감독의 역할은 학생과 교사만큼의 큰 갭이 있다. 그것이 뛰어난 선수가 반드시 뛰어난 감독이 되는 것은 아닌 이유이기도 하다.
잠시 얘기가 딴 데로 샜는데, 어쨌든 골때녀 출연자들을 가르쳐보고 싶어 지난 일주일동안 그 방법을 연구해봤다. 처음에는 출연자들의 인스타와 이메일로 나의 대한 간략한 소개와 코칭해보고 싶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하지만 당연히 아무런 답도 받을 수 없었다. 다음으로 예전에 딱 한번 카톡대화를 해본 작가님에게 연락을 하였는데 그분 역시 예능작가와 드라마 작가는 분야가 달라 그 쪽에는 연결고리가 없다고 하셨다.
반 포기 상태로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방송국 전화번호를 검색하였다. 골때녀 부서의 누군가와 통화를 하면 되지 않을까 싶어서였다. 그리고 네이버와 구글링을 열심히하다 한 번호를 알게 됐는데 이틀에 걸쳐 여러번 전화 해봤지만 누구도 받은 사람은 없었다ㅜㅜ. 아마도 엄청 바쁜탓일 것이다. 하아, 이렇게 끝내야 하나? 하던 찰나 어떤 검색 결과에서 몇 년 전 골때녀 관계자분이 올린 글을 하나 발견하였다. 그 글에는 그분과 연락이 가능한 연락처가 나와 있었기 때문에 지체없이 메시지를 보냈다.
'골때녀 제작진이신가요?'
곧바로 답이 왔다.
'안녕하세요, 실례지만 어디실까요?'
와우! 나는 드디어 그들에게 닿게 된것이다. 그리고 내가 하려던 이야기를 전달했다. 그 작가님은 본인이 결정할 문제가 아니라 미팅 때 얘기해 본다고 하셨다. 그 얘길 들으니 몸이 릴렉스 되는 것이 임무를 완수한 느낌이 들었다. 그렇다. 나는 드디어 그들에게 내 존재를 알린 것이다. 물론 미팅 때 그 얘기를 진짜로 하실 지 아니면 그대로 짬 처리 될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그간의 노력으로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으니 더는 매달리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에 기뻤다. 그리고 늘 생각했던대로 대부분의 일은 그 방법을 모르기 때문이지 노력과 시간을 투자하면 안 될 일은 극히 드물다는 것도 확인했다.
자, 그럼 다음은 단계는 무엇일까?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