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의 일기
사실 지난 몇 달 동안 팀을 창단하려 이런저런 노력을 시도해 봤다. 주에 2-3회 정도만 큰 운동장이 필요했기에 서울과 파주 몇 곳에 괜찮은 운동장을 찾았다. 처음부터 운동장만 있으면 선수 모으는 것은 어렵지 않을 거라 생각하여 8부 능선은 넘었다고 봤는데 대한축구협회의 신규 라이센스 관련 제도를 읽어보고 그게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여기서 말하는 라이센스란 팀마다 대한축구협회에서 주관하는 주말리그 또는 대회에 참가하기 위한 자격증 같은 것을 말한다. 그게 없으면 팀 창단은 가능하나 정작 경기에 뛸 수는 없다. 문제는 그 라이센스를 따려면 1년 이상의 운동장 계약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앞으로 학원팀처럼 학교 운동장이 있거나 개인이 운동장을 만들지 않는 이상 시나 도에서 운영하는 축구장 예약(한 달씩 예약)으로는 팀을 창단하기 쉽지 않다. 가끔 시도의 지원을 받아 1년 계약서를 만드는 팀들이 있는데 나에게는 그런 인맥이 없을뿐더러 대한축구협회에서도 그렇게 만들어지는 계약서를 인지하여 이제는 더욱 꼼꼼하게 검토한다고 했다. 요 근래 무분별한 축구팀들이 많이 생기다 보니 팀 창단의 진입장벽을 높인 것이다. 심지어 각 시도축구협회에서 승인받은 신청서류도 반려시키는 경우가 있다니 서울, 경기지역에서의 팀 창단은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그렇다고 방법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요즘 학생수의 감소로 폐교가 생겨나고 있어 그런 곳을 섭외하거나 팀 수가 적고 훈련장 섭외가 용이한 지방으로 내려가면 충분히 팀 창단이 가능하다. 축구협회에서도 나에게 지방이 팀 창단하기에 훨씬 수월하다고 했으니 팀 창단을 고려하는 분들이 있다면 지방을 고려해보시라.
나 같은 경우 일련의 과정을 겪으면서 팀을 창단하고자 하는 마음을 완전히 접었다. 굳이 지방으로 내려가면서까지 하고 싶지 않았다. 연고가 없는 곳으로 가면 집세, 생활비, 교통비 등 지출이 늘어나고, 이것저것 빼고 나면 남는 것이 별로 없을 것 같았다.
따라서 나는 다시 영국으로 돌아갈 생각이다. 빠르면 빠를수록 좋은데, 계획상으론 2025년이나 2026년쯤 되지 않을까 싶다. 가서 남은 라이센스도 따고, 여러 교육 프로그램이나 세미나에 열심히 참여해 실컷 배우고 싶다. 내가 레슨 홍보를 더 이상 하지 않는 이유도 지금 데리고 있는 아이들만 열심히 가르치다 가고 싶기 때문이다.
앞으로 1-2년 후에 간다고 해도 준비할 것이 산더미다. 영어실력도 늘려야 하고, 건강한 몸을 만드는 동시에 축구에만 전념할 수 있게 경제적 준비도 해야 한다. 예상한 학비만 7천만 원 이상 들고 거기에 생활비까지 더하면 ㅜㅜ... 시간이 많은 듯 하지만 없게 느껴진다. 어쩌면 내 인생에서 가장 바쁘고 치열한 40대가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