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포터
토요일, 일요일 레슨을 한 지 서너 달이 지난 것 같다. 내가 레슨 강사가 될 거란 생각은 한 번도 하지 않았는데 몇 년 동안 좋은 걸 배웠으니 꼭 많은 아이들에게 나눠주고 싶었다. 어쨌든 테크니컬 코치로서 시범을 보여야 하기에 40대의 나이에도 초등학생처럼 볼을 들고 나가 매일 연습했다.(지금도 완벽하지는 않다) 그리고 과거 국내에서 레슨으로 유명했던 브라질 코치의 훈련내용을 수없이 보며 내가 배운 것과 접목해 커리큘럼을 구성하였다. 꽤 오랫동안 많은 선수들이 배운, 이미 검증된 프로그램이였기에 훈련내용에는 자신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그것이 아니었다.
레슨을 하다 보면 여러 팀에서 오기 때문에 아이들마다 수준이 조금씩 다르다. (때론 많이 다르기도 하다) 그 수준의 차이는 구력 또는 재능의 차이 때문에 생긴 것인데 평소와 같은 11대 11이 아닌 소수의 그룹으로 수업 하다 보니 그 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난다. 따라서 잘하는 아이들은 자신감과 '제대로 가고 있다'는 안도감을 느끼는 반면 반대입장에서는 깊은 상실감을 느끼곤 한다. 내가 마법사 수준의 유능한 지도자라면 단 몇 마디나 몇 가지의 포인트로 드라마틱 한 변화를 만들 수 있겠지만 그런 건 앞으로 20년은 더 매진해야 가능하지 싶다.
어쨌든 레슨이 끝나고 축구화를 갈아 신는 아이들을 보면 벌써 분위기부터 다르다. 고개를 떨구고 속된 말로 '오늘도 발렸다'는 느낌을 온몸으로 풍겨낸다. 옆에 계신 부모님들 또한 표정이 굳어 있다. 그런 걸 볼 때마다 부모님들 얼굴을 마주하기가 어려울 뿐더러 아이들에게는 더 미안하다.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 해도 내 무능함에 마음이 무거워진다. 물론 몇 번의 레슨으로 환골탈태하는 건 불가능하다. 몇 년의 갭을 공짜로 따라 잡을 순 없으니까. 따라서 당연히 물리적인 시간이 필요한 걸 알면서도 뭐랄까, 더 나은 방법이 있지 않을까, 내 능력이 문제인가를 되뇌며 스스로를 괴롭힌다.
생각 끝에 내린 결론 : 내가 더 공부해서 최고의 선수까지는 몰라도 개인이 가진 맥시멈은 어떡해서든 끌어내는 코치(마법사)가 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