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키FC → 한강FC
- 사는이야기
- 2025. 5. 28. 12:50
스티키FC → 한강FC
대한민국 남자 평균 수명이 80년이다. 하지만 건강 수명은 사람마다 다를 테니 대략 60세쯤이라 가정하면(더 길거나 짧을 수도 있겠지만 내가 정확한 시범을 보일 수 있는 나이를 60세 정도로 예상한다) 앞으로 17.5년 정도 남은 셈인데 일수로 따지면 6,500일이다. 나는 이 6,500일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몇 달 동안 곰곰이 생각해 봤다. 영국에 가고 싶지만 동시에 한국에 있고 싶고, 유소년 축구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동시에 성인팀을 이끄는 승부사도 되고 싶었다.
뒤를 돌아보면 후회할만한 일들이 많은지라 이번만은 완벽한 선택을 하려고 내가 물어볼 수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물어봤다. GPT에게는 수없이 물어봤고, 내가 예전에 가르쳤던 아이들, 우리 부모님, 동네 친구들, 심지어 레슨 하는 아이들의 부모님들께도 여쭤봤다. 그리고 계속 생각해 보고 시뮬레이션을 돌려보고 또다시 물어보고 또 생각했다. 하지만 나의 결정은 매일 아침 다르고 저녁엔 바뀌었다.
팀을 만들고 국내에 완전히 정착하여 남들처럼 결혼도 하고 평범한 삶을 살아볼까도 생각했지만 평생 좇았던 꿈이 언젠가 다시 고개를 들거라 생각하니 쉽게 마음을 정하기 힘들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 모든 걸 어느 정도 수용할 수 있는 타협안을 생각해 냈다는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는 이곳에 스티키FC를 만들 것이다. 이 교육기관은 미래에 내가 현장에 없어도 돌아갈 축구 아카데미이다. 물론 자리를 잡는 몇 년 동안은 내가 직접 가르치고 운영하겠지만 모든 선수를 혼자 가르칠 순 없기에 같은 육성 철학과 프로그램으로 가르칠 지도자들을 섭외해 놨다. 예전에 같은 팀에서 일했던 사람들인데, 나는 성인이 돼서 그 팀의 기술을 익힌 반면 그들은 어릴 때부터 그곳에서 드리블 기술을 익히며 자랐고 또 그 기술을 바탕으로 지도자까지 하고 있으니 테크닉에 관해서는 나보다 나을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미래에 영국으로 가게 될 경우 영국의 축구 인프라와 스티키FC를 연계할 계획인데 이것이 내가 국내에 스티키FC를 만드는 가장 큰 목적이다. 여러 가지 거창한 계획이 있지만 지킬 수 없는 약속이 될 수 있으므로 지금은 생각만 하도록 하겠다.
어쨌든 내가 오랫동안 고심하며 6,500일을 어떻게 쓰면, 60세가 됐을 때 '완벽한 17.5년이었다고 느낄 수 있을까'라는 물음에서 시작한 나의 고민은 '아무것도 포기하지 않는다'로 귀결되었다.
→ 7월 현시점에 나 혼자 선수를 모으는 과정이 쉽지 않아 나중에 합류하기로 한 코치가 미리 합류했다. 그 코치는 한강FC라는 취미반을 운영하고 있어 취미반에서 선수반을 하려는 아이들이 몇몇 있었고 우리는 그 아이들을 기반으로 선수반을 시작해 다음 달부터 본격적인 훈련에 들어간다. 한강FC를 운영하는 이코치가 한강FC 선수반의 대표 겸 지도자로 들어오고 나는 그 팀의 감독으로 부임하는 셈이다. 사실 어떤 형식과 이름으로 운영되는지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가장 중요한 것은 양질의 교육을 하는가, 그리고 얼마나 비전이 있는 팀을 만드는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