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C서울 V FC바르셀로나

FC서울 V FC바르셀로나

 

유튜브에서 FC서울과 FC바르셀로나 경기를 보다가 화가 나서 껐다. 용병 4명이 전부 전방에 포진돼 있고 다른 한 명은 수비를 지휘하고 나머지 국내 선수들은 잔뜩 주눅이 들어 자기 몫하기 바빴다. 솔직히 같은 프로가 맞나 할 정도의 수준 차이가 있었고 용병 없이 국내 선수들로만 붙었다면 더 참혹할만한 결과와 경기력이 나왔을 것이다. 수비 시 4-4-2로 두껍게 내려섰지만 실점이 연속되며 결국 붕괴되었다. 다 큰 성인 선수들끼리 무슨 차이가 그렇게 컸을까?   

 

바르셀로나 선수들은 라마시아란 아카데미에서 어릴 때부터 집중적으로 교육받으며 자란다. 성인팀부터 유소년팀에 이르기까지 같은 코칭철학으로 교육받는데 너무 이르게 포지션별 플레이에 집착하여 개인성장에 한계가 생긴다는 비판도 있지만 지금까지 많은 프로선수를 배출한 걸 보면 잘 작동하는 듯 보인다. 

 

문제는 여기까지의 모습을 보고 이것을 국내 선수들에게 그대로 적용하는 경우에 있다. 한국 아이들의 하루 훈련시간이 2시간이라면 그 아이들은 8시간이다. 이게 무슨 말일까? 팀 훈련만 따지면 주 5회 하는 한국 아이들이 더 많다. 그들은 주 3-4회 정도이고 시간도 더 짧기 때문이다. 그러나 볼을 가지고 노는 시간은 그들이 훨씬 더 많다. 아침에 일어나면 드리블하며 학교를 가고 수업이 끝나면 훈련시간이 될 때까지 볼을 차고 논다. 훈련을 마치고 깜깜한 밤에는 다시 동네 풋살장에 가 자기보다 머리 하나는 더 큰 형 또는 아저씨들과 또 축구를 한다. 훈련이 없는 날에는 가방을 벗어던지자마자 밤늦도록 축구를 한다. 그렇게 개인적인 기술을 만들어가고 축구에 대한 형식과 고정관념을 벗어나 실험적인 플레이를 충분히 해본다.

 

오늘 경기를 복기해 보자. 진짜 전술적인 티키타카 때문에 졌을까? 아니면 개인적인 능력 즉 기술, 피지컬, 체력, 개인적인 수싸움, 동물적인 움직임 등에 의해 무너졌을까? 어떤 비중이 더 높을까? 계속적으로 삼각형, 사각형을 만들고 포지션을 스위칭하며 공간을 창출하는 것만으로 오늘 같이 완벽하게 내려선 FC서울을 공략하기는 힘들다. 왜냐하면 40m x 65m의 공간에 20명에 달하는 성인 선수들이 있으면 거의 빈 공간이 없기 때문이다.

 

내가 본 그들은 우리를 한참 내려다보고 플레이했다. 볼을 잡으면 패스를 주고받으며 중앙과 측면에 작은 균열을 냈고 그 균열에서 볼을 잡은 선수는 돌아서거나 1대1 돌파로 더 큰 균열을 냈다. 그리고 슈팅 또는 발에 착 붙는 패스로 슈팅까지 이끌며 경기를 주도했다. 어쩌다 온 카운터어택의 기회에서는 거저라는 뜻 빠르고 과감하게 밀고 나갔다. 

 

유소년 축구교육은 성인 프로축구 선수들의 퀄리티를 만드는 매우 중요한 과정이다. 그 중요한 과정이 진짜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의문이 드는 밤이다. 축구는 11대 11의 경기지만 잘게 쪼개보면 1대1 배틀의 연속이다. 수많은 1대1 전투가 모여 축구라는 11대 11의 전쟁을 치르는 것이다. 만일 여기서 작은 전투를 모두 이긴다면 그 전쟁은 지고 싶어도 질 수가 없다. 허나 반대로 어릴 때부터 11대 11 같은 전술적인 차원의 경기를 먼저 입히려 한다면 1대1 전투를 압도하는 전사들은 생산하기 힘들어진다. 그럼 오늘과 같은 참사는 계속될 것이고 그건 곧 K리그 수준이 영원히 프리메라리가에 근접할 수 없게 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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