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창단
팀을 창단하고 6주가 지났다. 그 사이 2학년 4명, 3학년 1명이 모여 총 5명의 선수가 훈련하게 되었다. 선수 모으는 것이 힘들다는 건 알고 있었는데 생각보다 어려웠다. 하지만 오랜만에 다시 팀을 맡게 되어 어려움보단 즐거움이 더 크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벌써 여러 가지 실수를 저질렀는데 그중 하나가 '선수 빼오기'이다. 처음부터 안 하겠다고 마음먹고 시작했는데 탐나는 아이들이 있다 보니 원칙을 어겨버렸다. 그나마 다행인 건 아직 한 번 밖에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앞으로 다시는 하지 않을 것이므로 이와 관련된 실수는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것이다. 궁극적으로 우리에게 배우는 것이 다른 어느 팀에서 배우는 것보다 나을 거라 생각하기 때문에 '오는 사람 안 막고 가는 사람 안 잡는' 예전의 김감독님 같은 스탠스를 유지할 생각이다. 그럼 결국 정치나 욕심과 관계없는 축구에 진심인 사람들만 남게 된다.
금요일에 한강FC 뒤에 차를 대고 가까운 카페에 갔는데 낯익은 모습의 여자분이 고개를 푹 숙이신 채 뭔가에 몰두하고 계셨다. 학습지 같은 걸 하고 계셨는데 알고 보니 우리 팀 선수인 히나타의 어머님이셨다. 히나타는 한국말을 잘하지 못하기 때문에 훈련에 심한 고충을 겪고 있었는데 그런 히나타에게 한국어를 가르쳐 주시는 분이 어머님이셨다. 히나타를 가르치기 위해 영상으로 한국어 개인과외를 받으시는 모습을 보고 진부한 표현이지만 한 대 맞은 기분이었다. 그때 깨달았다. 내가 어떤 사람들과 함께 해야 하는지.
저번주 수요일까지만 해도 재능이 반짝반짝 한 아이들을 발굴해 우리의 훈련법으로 국내에서 가장 잘하는 팀을 만들고 싶었는데 지금은 생각이 바뀌었다.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하며 좋은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으로. 얼마나 타고 났는지를 떠나 어차피 99%의 아이들은 꿈을 이루지 못한다. 상위 2%의 아이들과 하위 2%의 아이들 모두 프로가 되지 못하는 것은 마찬가지란 뜻이다. 그럼 우리는 어디에 집중해야 할까? 타고난 아이들을 찾아나서는 것보다 열심히 하고자 하는 아이들을 찾고 가르쳐야 한다. 둘 다 가지고 있으면 가장 좋겠지만 하나를 고르라면 후자를 고르는 것이 현명하다.
재능이 뛰어난 아이들 여럿이 한 팀에 모이면 가끔 개인의 욕심과 서로의 견제로 인한 정치 행위가 일어나곤 한다. 그런 것들로부터 팀을 지키려면 흔들리지 않는 원칙과 소신 그리고 철학이 있어야 하는데 나는 이미 정했다. 그리고 이런 것들을 붙들고 있는 한 팀의 규모가 커지진 않아도(심지어 축소될 수 있어도) 비교적 건강하게 유지될 것이다. 그렇게 이해할 수 없었던 김감독님이 이해되기 시작하는 건 내가 뭔가를 또 배웠다는 의미일지 아니면 시대에 뒤떨어지고 있다는 신호일지 모르겠지만 과거의 내가 틀렸다면 스스로를 업그레이드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