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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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운영

 

팀을 창단하고 6주가 지났다. 그 사이 2학년 4명, 3학년 1명이 모여 총 5명의 선수가 훈련하게 되었다. 선수 모으는 것이 힘들다는 건 예상했었는데 생각보다 어려웠다. 하지만 오랜만에 다시 팀을 맡게 되어 어려움보단 즐거움이 크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벌써 여러 가지 실수를 저질렀다. 그중 하나가 '선수 빼오기'이다. 처음부터 안 하겠다고 마음먹고 시작했는데 탐나는 아이들이 있다 보니 원칙을 어겨버렸다. 그나마 다행인 건 아직 한 번 밖에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앞으로 다시는 하지 않을 것이므로 이와 관련된 실수는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것이다. 궁극적으로 우리에게 배우는 것이 다른 어느 팀에서 배우는 것보다 나을 거라 생각하기 때문에 '오는 사람 안 막고 가는 사람 안 잡는' 예전의 김감독님 같은 스탠스를 유지할 생각이다. 그럼 결국 정치나 욕심에 관심 없는 축구에 진심인 사람들만 남게 될 것이다. 

 

금요일에 한강FC 뒤에 차를 대고 가까운 카페에 갔는데 낯익은 모습의 여자분이 고개를 푹 숙이신 채 뭔가에 몰두하고 계셨다. 학습지 같은 걸 하고 계셨는데 알고 보니 우리 팀 일본 아이의 어머님이셨다. 그 아이는 한국말을 잘하지 못하기 때문에 훈련에 고충을 겪고 있었는데 그런 자녀를 가르치기 위해 온라인으로 한국어 과외를 받고 계셨다. 그냥 그러려니 할 수도 있는데 이게 내 생각을 바꾸는 계기가 되었다. 원래는 재능이 반짝반짝 한 아이들을 발굴해 우리의 훈련법으로 국내에서 가장 잘하는 팀을 만들고 싶었다. 타고난 아이들을 어떻게 해서든 긁어 모으는 계획도 세워놨다.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이 있었다.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하며 열심히 하고자 하는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 나의 야망을 조그만 줄이면 가능한 일이다.   

 

재능이 뛰어난 아이들 여럿이 한 팀에 모이면 가끔 개인의 욕심과 서로의 견제로 인한 정치 행위가 일어나곤 한다. 그런 것들로부터 팀을 지키려면 흔들리지 않는 원칙과 소신 그리고 철학이 있어야 하는데 이번 기회에 정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런 것들을 붙들고 있는 한 팀의 규모가 커지진 않아도(심지어 축소될 수 있어도) 팀은 비교적 건강하게 유지될 것이다. 그렇게 이해할 수 없었던 김감독님이 이해되기 시작하는 건 내가 뭔가를 또 배웠다는 의미일지 아니면 시대에 뒤떨어지고 있다는 신호일지 모르겠지만 과거의 내가 틀렸다면 스스로를 업데이트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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