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경기할 때 조용히 해야 하는 이유

아이가 경기할 때 

조용히 해야 하는 이유 

 

축구를 할 때 선수들은 세가지 단계의 과정을 거쳐 볼을 처리하게 됩니다. 이것은 제가 만든 것이 아니고 유럽에서 생각하고 가르치는 축구이론 중 하나입니다.  

 

1. Perceive situation - 상황을 주시(인식)하라(볼이 오기 전 주변을 둘러보며 어떤 옵션이 있는지 살핍니다)

 


2. Make a decision - 결정을 내려라(수많은 옵션중에 가장 적합한 옵션을 선택합니다)

 


3. Execute - 실행하라(선택한 옵션을 실행합니다)  

 

 

이 세 단계가 계속적으로, 아주 짧은 시간안에 이뤄집니다. 그리고 볼을 많이 잡는 선수일수록 더 많은 경험의 기회가 생기게 되죠. 어릴 때 뻥축구를 자제해야 하는 이유도 이런 과정을 최대한 많은 선수들이 고르게 경험하기 위해서 입니다. 

 

제목으로 돌아가 아이들이 경기할 때 조용히 해야 하는 이유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아이들이 볼을 잡을 때마다 패스! 돌아! 온다! 슛! 빨리! 같은 정보나 지시를 하게 되면 아이들은 스스로 생각하며 플레이할 권리를 빼앗기게 됩니다. 그리고 이것이 5년, 10년, 반복되면 미래에 상황인식과 경기 운영 능력이 부족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따라서 경기중에는 지시보다 관찰위주의 지도가 필요하고 피드백은 경기가 끝난 후 하는 것이 좋습니다. 물론 이것이 말처럼 쉽지는 않습니다. 저도 팀에 소속돼 있을때 가끔 경기 중 지시를 했던 기억이 나는데 당장의 유리한 경기를 위한 거부할 수 없는 유혹이었습니다.(지금은 많이 반성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경기가 끝난 후에는 선수 개인의 주시, 결정, 실행 단계 중 부족한 부분을 찾아내야 합니다. 계속적으로 주위를 살피는 버릇은 돼 있는지, 많은 옵션중에서 한 쪽으로 치우친 결정을 하지는 않는지 또는 결정 자체가 적합한지, 그리고 실행단계에서 기술(기본기)이 부족하여 실수가 반복되진 않는지 등을 꼼꼼히 점검해봐야 합니다.(이는 코치뿐만 아니라 영상을 보며 스스로도 할 수 있으니 시간을 투자하여 반드시 복기하길 바랍니다)

 

드리블에 중점을 두고 훈련시키는 저로서도 이 세가지 단계 중, '결정' 과정에서 항상 볼을 잡아놓고 시작하려는 사고가 고착화 될까봐 조심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선수의 볼을 다루는 능력이 제가 원하는 수준에 도달하면 상황과 포지션에 따른 플레이의 우선순위를 정립하고, 경기운영의 원리와 원칙을 가르치기 시작합니다.(너무 복잡하게 설명하면 이해하기 힘드니까 최대한 직관적으로 받아들일수 있게 설명하는 것도 중요하죠) 

 

 

전 아스날 감독 아르센 벵거는 어린 선수들을 키워 발굴하는 것에 큰 의미를 두고, 많은 어린 선수들을 1군에 데뷔시켰습니다. 그만큼 유소년 선수 육성에 관심과 조예가 깊은 프로 감독은 없을겁니다.

 

"축구에서는 새로운 상황이 계속 발생한다. 모든 상황에서 어떻게 플레이할지 일일히 말해줄 수 있는 감독은 세상에 없다. 그러므로 정확한 판단을 내리는 선수를 적절한 장소에 배치하는 것이 중요하다." 

 

여기서 벵거 감독이 말하는 정확한 판단을 내리는 선수란, 위에서 언급한 세가지 중 '결정' 단계에서 적합한 옵션을 고르는 선수를 말합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실행' 단계에서 '결정'을 완벽히 실행할 수 있는 기술적 능력(기본기)도 필요하겠죠.

 

어떻게 보면 축구를 시작하면서부터 이미 큰 과제를 안고 있는 겁니다. 첫번째는 끊임없이 주변을 살피며 상황을 인지하려는 노력, 그리고 그렇게 얻은 정보를 바탕으로 옳은 결정을 하는 능력, 마지막으로 그 결정을 온전히 실행할 수 있는 기술력까지. 이 모든 걸 성인이 되기 전까지 갈고닦아야 합니다. 시간이 많은 것 같지만, 딱히 그렇지도 않습니다. 따라서 우리가 할 일은 아이들에게 가장 가까이 있는 동시에 절대 방해가 되지 않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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