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유소년 축구 선수들의 몇 가지 특이점
- 유소년축구
- 2024. 2. 27. 12:25
유럽 유소년 축구 선수들의
몇 가지 특이점
1. 자세를 교정하지 않는다
유럽 유소년 선수들의 축구하는 모습을 보면 폼이 제각각입니다. 그에 반해 한국 선수들의 자세와 폼은 정돈돼 있고 단정하기까지 합니다. 유럽에서는 자세가 기본기의 퍼포먼스를 방해할 정도가 아니라면 그냥 내버려 둡니다. 사람마다 체형과 신체구조가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어차피 자기에게 맞는 자세를 찾아가게 되고 그것이 그 선수가 퍼포먼스를 펼치는데 최고의 폼이 되기 때문입니다. 특히 축구는 야구나 골프같이 단 한 번의 액션으로 이루어진 스포츠가 아니기 때문에 정확한 자세보단 '개인의 자세'를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물론 폼이나 자세가 기술을 온전히 발휘하지 못할 정도로 엉망이라면 다시 잡아주기는 하지만 그것도 기본적인 부분만 조정해 줍니다.
2. 생각보다 기본기를 많이 하지 않는다(팀 훈련 때)
기본기술이 중요하다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습니다. 물론 유럽에서도 기본기술에 시간을 투자하지만 훈련 전 20분 정도를 할애할 뿐입니다.(그렇게 배운 기본기를 바로 경기에서 사용할 수 있게 트레이닝 방법으로 훈련시킵니다) 반면 국내 유소년팀에서의 훈련량과 레슨까지 병행하는 것을 고려하면 이미 기본기를 익히는데 충분한 투자를 하고 있는 셈입니다. 차이는 축구를 시작하는 연령에 있는데 걸음마 때부터 지역 축구클럽에 등록해 축구를 시작하기에 몇 년 정도 일찍 시작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때는 딱히 뭘 배운다기보다 우르르 몰려다니며 꼬마축구를 하는데 그렇게라도 일찍 시작하면 외국어를 아기 때 배우는 것 같은 효과를 냅니다.
3. 축구를 하는 시간과 쉬는 시간이 딱히 나누어지지 않는다
고된 훈련이 끝나면 숙소나 집에서 쉬기 바쁜 국내와는 달리 훈련량이 상대적으로 적은 유럽 아이들은 그냥 계속 공을 끼고 삽니다. 개인주택거주자가 많은 영국에서는 방 안에서 볼을 튀긴다던지, TV를 볼 때도 발로 계속 볼을 만지고 있기도 하고, 친구집에 갈 때도 드리블을 하며 갑니다. 그리고 훈련이 없는 날에는 집 마당에서 혼자 하다가 근처 풋살장이나 공원에 모여 새로운 사람들과 또 축구를 합니다.(이것이 팀 훈련 때 기본기를 많이 하지 않아도 기술이 좋은 이유겠지요)
축구가 어릴 때부터 직업처럼 돼버리는 국내와는 달리 그들에게 축구는 놀이이자 취미인 동시에 자신의 열정을 쏟아부을 수 있는 수단입니다. 얼마 전 저에게 레슨 받던 친구가 나오지 않아 부모님께 여쭤봤더니 아이가 주말에는 친구들과 공 차는 게 좋아 나중에 좀 더 간절해지면 다시 참석하겠다고 한 적이 있습니다. 제 개인적으론 손해지만 그 아이 입장에서는 오히려 레슨보다 더 좋은 연습이 될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4. 허술해 보여도 게임 때 잘한다
이 아이들이 특이한 것 중 하나가 워밍업 때는 누가 잘할지 알 수 없다는 겁니다. 한 번은 제가 더블린 U17팀 코치로 있을 때 감독이 당시 연령별 대표를 하고 있는 한 살 어린 U16 선수를 콜업한적이 있습니다(유럽 클럽팀은 보통 1살 단위로 운영됩니다) 같이 훈련을 해본 적은 없어서 경기시작 전 워밍업을 시키며 그 아이를 눈여겨봤는데 내성적인 성격에 딱히 특별해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뚜껑을 열고 보니 어느새 한 살 많은 형들 팀을 진두지휘하고 있더군요 '실전에 강하다'는 말이 딱 맞는 아이였습니다. 그 아이는 다음 해 아스톤빌라 유소년 팀으로 이적하게 됩니다. 이런 경험을 몇 번 하다 보면 선수의 외모나 워밍업 때 잠깐 확인해서는 결코 게임 때 실력을 가능하기 힘들다는 걸 깨닫게 됩니다.
5. 타고난 유연성
아이들때는 거의 비슷했던 유연성이 나이가 들수록 백인이나 흑인에게 밀리게 됩니다. 유연성은 흔히 말하는 근육의 유연성도 있지만 더 중요한 것은 발목, 무릎, 허리 같은 관절 가용범위의 유연성입니다. 축구란 스포츠 특성상 감가속을 비롯 방향전환을 수시로 해야 하는데 그럴 때 유연성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예를 들면 아래 사진과 같이 전력질주로 달린다고 생각하면 축구에 필요한 유연성이 무엇을 말하는지 직관적으로 아실 수 있을 겁니다.(따라서 동양인의 경우 어린 시절의 유연성을 유지하는 운동 또한 매우 중요합니다)
6. 축구가 거칠다
아이들이 굉장히 거칠게 축구합니다. 원래 성향이 그런데 여기서 이야기하는 거친 축구란 고의로 상대에게 상해를 가하는 플레이보다 겁 없이 몸을 사리지 않는 플레이를 말합니다. 한 번은 비 오는 날 서로 다른 방향에서 볼을 두고 슬라이딩 태클을 했는데 우리 팀 선수 무릎뼈가 빠져 옆으로 돌아가 있더라고요. 병원 가서 깁스하고 몇 달 정도 쉬고 다시 복귀했는데 트라우마는커녕 똑같이 슬라이딩 태클을 하는 걸 보고 'FEARLESS'란 단어가 떠올랐습니다. 또 유럽에서는 축구가 원래 거친 스포츠란 것에 어느 정도 동의하고 있고, 전체적으로 터프한 운동을 즐기는 분위기라 국내에서만 활동했던 선수들이 유럽리그에 진출하면 한동안 적응기간이 필요합니다. 예쁘게만 축구하면 안 되는 이유기도 하죠. 유럽축구는 럭비와 축구 그 중간 어딘가에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7. 자녀가 운동한다고 하면 반기는 환경
국내에서 운동한다고 하면 학업을 중단하고 새로운 길에 도전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모'아니면 '도'식이죠. 반면 해외에서는 스포츠를 하는 것 자체에 큰돈이 들지 않을뿐더러 어릴 때부터 술과 마약 등 유해요소들이 즐비하여 그것들을 멀리하고 전념할 수 있는 스포츠를 한다는 것 자체가 큰 환영을 받습니다. 심지어 여러 가지 운동부를 동시에 하는 친구들도 있고요. 이는 사회적 구조 때문이기도 한데 꼭 공부를 잘하고 대학을 가지 않아도(실제로 대학진학률이 한국과 비교해 월등히 낮습니다) 나중에 먹고사는데 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한 예로 영국에서 타일기술자나 목수 같은 일을 해도 의사, 변호사에 준하는 연봉을 받을 수 있습니다. 직업은 달라도 사는 집과 타는 차가 비슷하니 당연히 직업에 대한 귀천이라든가 인식도 달라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