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한 번 생각해 본 한국 축구의 변화

그냥 한 번 생각해 본 한국축구의 변화

 

이런 말이 있습니다. '호날도나 메시는 어디서 축구를 했어도 호날도와 메시가 됐을 것이다. 문제는 그 아래 있는 그룹이다.'

 

축구를 잘하는 방법은 의외로 단순합니다. 일단 부모세대로부터 물려받은 타고난 재능이 첫번째로 있어야 하고 그런 아이들 중에서 누가 더 많은 노력을 하고, 운이 좋은지가 축구선수로서의 성패를 좌우합니다. 여기서 축구 지도자가 도와줄 수 있는 유일한 일은 노력의 방향을 정해주는 것뿐이죠. 그들에게 타고난 재능도, 예기치 않은 행운도 만들어 줄 수 없습니다.

 

그럼 그 노력의 방향은 어디일까요? 여기서 보통 일반화의 오류가 많이 발생합니다. 대부분 자기가 배운 방법에 자신의 생각을 한 스푼 첨가하여 완벽하다고 믿는 축구 훈련법이 탄생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성공한 축구선수일수록 자신의 노하우에 대한 확신이 견고하여 '내가 됐으니 너도 된다'는 논리로 이어지곤 합니다. 그리고 다수의 비슷한 방법으로 배운 사람들이 다음 세대마저 비슷한 방식으로 가르치다 보니 가뜩이나 좁은 국내에서 유사한 유형과 수준의 선수들로 가득 차게 됩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축구협회가 발벗고 나서야 합니다. 대한축구협회에는 선진축구의 훈련방법과 시스템에 관한 문서가 부잣집의 와인 냉장고처럼 가득 차 있습니다. 저도 그것들 중 몇 개를 번역했고 그러면서 축구에도 일반 교육과정과 같은 커리큘럼이 꼼꼼하게 정립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이런 자료들을 현장에 있는 1선 지도자들은 거의 볼 수 없습니다. 그런 귀하고 비싼 자료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왜 전국 곳곳에 뿌려지지 않는지 잘 모르겠지만 나누어 줘 봤자 국내 실정과 맞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럼 한국 축구의 근본적인 문제는 무엇일까요? 제가 25년 전 보던 축구잡지가 있었습니다. 거기서 이용수교수님(전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장 및 부회장)이 쓰신 칼럼이 있는데 국내의 스포츠는 진학과 연결되어 있고, 좋은 대학으로의 진학은 사회에서의 성공가능성과 연결되어 있다. 결국 이 모든 것이 톱니바퀴같이 물려 있기에 어느하나를 떼어다가 개별적으로 고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글이었습니다. 언제부터 스포츠가 대학진학을 위한 하나의 수단이 되었을까요? 이것이 25년도 더 된 이야기인데 이후로 변한 것은 (조금 과장하면)유소년 축구 리그제 도입과 프로팀의 유스정책이 활발해진 정도를 제외하곤 과거와 판박이입니다. 문제를 몰라서 못 고친 것이 아니라 알고도 건들지 않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또 다른 문제는 축구팀이 선수들의 회비로 운영된다는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너무 고착화되어 바꿀 수 없다고 생각하는데 이미 수많은 사람들이 축구 지도자를 생업으로 하고 있어 더 변화가 어려울 것입니다 .

 

팀의 성적이 좋으면 자연스레 신입생의 가입이 늘어납니다. 더 뛰어나고 더 많은 숫자의 선수들이 몰리죠. 팀 내 더 많은 선수는 더 많은 수익으로 이어지고 팀의 입장에서는 계속적으로 좋은 성적을 내려 최선을 다합니다. 성장보다 성적에 포인트를 두고 가르칠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아무리 축구협회에서 좋은 훈련방법을 배포하고 지도자 과정과 보수교육을 통해 훌륭한 지도자를 육성해도 자본주의사회에서 고객유치를 포기할 자영업자가 있을까요? 따라서 지금 이런 축구 생태계를 바꾸려면 정부가 나서지 않는 한 불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굳이 대안을 제시하자면 일본의 사례를 벤치마킹할 수 있을 것입니다. 스포츠팀 지도자들을 학교의 교직원 또는 선생님과 같이 임용하는 것인데 그럼 지도자들은 성적이나 신입생들의 규모와는 별개로 받는 보수가 일정하여 큰 돈을 만질 순 없어도 안정된 생활을 할 수 있고, 선수들도 지금 당장의 결과가 아닌 프로선수의 데뷔와 같은 장기적인 목표에 맞게 훈련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에 대한 예산 편성은 국민 체력 증진을 위한 노력의 일환이기도 하기 때문에 정부에서 보조해주는 게 맞다고 봅니다.

 

반면 이것이 실현될 경우 선수들은 돈이 거의 들지 않는 학원팀으로 대거 옮겨가게 되고 수많은 자영업 형태의 클럽팀들은 존폐 위기에 처하게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따라서 그에 맞는 변화가 필요할 것으로 보이는데 예를 들면 저 같이 레슨을 전문으로 하거나, 학교가 끝나면 학원에서 보충수업을 하듯이 개인과외나 학원수업의 개념으로 전환하는 곳만이 살아남을 수 있을 것입니다. 또는 돈을 내며 배우더라도 꾸준히 선수들을 프로팀으로 진출시킨다면 그 역시 경쟁력을 인정받아 살아남을 수 있겠죠. 

 

어쨌든 저는 이런 제도들이 결과적으로 지금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해결할 뿐만 아니라 아마추어 스포츠계 전체가 갖고 있는 부담을 줄이고, 모두가 진정으로 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이상적인 방향으로 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는 하나의 방법일 뿐이고 실행과정에서 미처 생각지 못한 시행착오가 생길 수 있으니 더 좋은 대안이 있으시다면 꼭 아이디어를 공유해 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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