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시멜로와 훈련

마시멜로와 훈련

 

스탠퍼드대에서 오래전에 했던 실험이 있다. 어린아이에게 마시멜로를 주고 15분 동안 먹지 않고 참으면 하나를 더 준다고 설명한 뒤 해당 아동이 마시멜로를 먹는지 관찰하는 실험이었다. '마시멜로 이야기'란 이름으로 국내에 출판된 책에 나온 내용이라 꽤 유명한 실험이기도 하다. 평균 연령 4-6세에 해당되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타고난 자제력과 추론 능력이 인생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아는 것이 목적이었다. 

 

추적 관찰 결과 이때 먹지 않고 참았던 아이들은 참지 못했던 아이들보다 청소년기에 학업 성적이 높았고 자제력과 스트레스를 견디는 능력도 좋았다. 나도 4살부터 기억이 나기에 어릴 적 그런 성향이 청소년기뿐만 아니라 성인이 돼서도 이어진다는 걸 직관적으로 알고 있다. 이 실험에 오류가 있다는 의견도 있으나 물려받은 성향 또는 성격이 인생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친다는 건 누구나 알고 있을 것이다.

 

지금 내가 가르치고 있는 것이 이 실험을 매번 상기시킨다. 볼을 밀고 당기고 끄는 과정을 끊임없이 단순반복한다. 지겹고 지루하며 고통스럽다. 90분 동안 주 3회씩 이걸 한다면 얼마나 많은 아이들이 버틸 수 있을까? 별로 없다. 아직 9-10살 정도의 아이들이기 때문이다. 보통 축구하는데 굳이 이런 거 하지 않아도 된다며 스스로를 정당화하거나, 더 즐겁고 재밌는 방법을 찾아 떠나곤 한다. 마음속 깊은 곳 아주 작은 찝찝함을 남긴 채로... 아니면 아예 잊어버리거나.

 

하지만 옛말처럼 공부엔 왕도가 없다. 남과 다른 능력을 가지려면 남과 다른 노력과 인내가 필요하다. 나이가 어리다는 것은 안타깝게도 극소수만 살아남는 축구란 분야에서는 통하지 않는다. 이런 면에서 일찍 철이 들거나, 사춘기를 스무스하게 넘기는 것은 매우 큰 어드밴티지를 갖게 된다. 몇 년을 벌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마시멜로를 먹지 말고 버텨라, 그러면 2개를 먹을 수 있게 된다는 이 단순한 명제는 축구 인생에 첫 번째 터닝 포인트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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