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리블 훈련이 중요한 이유

드리블 훈련이 중요한 이유

 

초등학교 1학년은 더하기와 빼기, 2~3학년부터는 곱셉과 나눗셈을 배우고, 중학교에 들어가면 알파벳과 발음기호를 배웁니다.(우리 때)

 

축구도 이와 같이 연령별 훈련 프로그램이 짜여 있는데요. 제가 가지고 있는 자료들을 조금 보여드리겠습니다.( -는 훈련을 시작한다는 의미고, +는 집중적인 훈련을 의미합니다)

 

연령별 커리큘럼을 보시면 축구를 막 시작한 선수들이 첫번째로 배우는 기술이 드리블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볼을 다루는 법을 먼저 익히고 이후 다른 기술들을 익히는 것이죠. 우리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패스나 리시빙도 만 5-6세부터 시작합니다. 축구를 시작하는 나이가 상대적으로 느린 우리는 커리큘럼 전체가 뒤로 밀려야 합니다. 따라서 축구를 처음 배운다면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패스가 아닌 드리블 훈련과 1대1 상황에 집중해야 합니다.(축구는 11명이 하는 게임이지만 결국 잘게 쪼개 보면 1대1 싸움의 연속이니까요)  

 

예를 들어 초등학교 4학년 때 축구를 시작했다면 패스나 리시빙이 아닌 드리블 훈련을 먼저 해야 합니다. 다만 성인이 될 때까지의 시간이 짧으므로 그 연령대에 맞는 다른 훈련도 병행해야 하는데 훈련시간이 많은 우리나라에서는 충분히 가능합니다. 

 

유럽과 같이 걸음마 떼부터 축구를 시작했다면 아래 영상처럼 게임 양상이 흘러갑니다. 패스의 개념이 없고 개인 플레이에 집중하죠. 상대를 제치는 걸 좋아하고 시도도 많이 합니다. 누구도 전술의 개념을 늘어놓지 않습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축구를 늦게 시작하는 우리는 이런 과정을 건너뛰고 바로 패스와 패스를 이용한 부분 전술 또는 팀 전술에 노출됩니다.

볼 다루는 훈련을 충분히 하지못하고 다음 단계로 넘어갈 경우 자신에게 볼이 굴러오기 시작하면 패스할 상대부터 찾게 됩니다. 이강인 선수같이 혼자 탈압박할 수 있는 선수가 많이 없는 이유입니다. 1대1에 자신이 없으니 아래와 같은 상황이 계속 생기게 되죠. 수비가 압박하는 순간 패닉에 빠지게 되는 것입니다. 반대로 볼을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고 1대1에 강하다면 상대가 오는 것이 별로 부담스럽지 않고 오히려 패스할 수 있는 여유가 생깁니다.  

 

출처 : SBS 골 때리는 그녀들

패스 미스가 나는 원인이 패싱 기술 때문인지, 혼자서 볼을 소유할 수 없는 기술적 결핍과 심리상태 때문인지 구분할 필요가 있습니다.(물론 처음부터 좁은 지역에 갇히지 않기 위한 팀 플레이도 중요합니다)

 

SBS의 간판 프로그램인 '골 때리는 그녀들'을 보면 축구를 시작한 지 2년이 넘어가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그러나 볼 다루는 것을 보면 조금 아쉽기도 합니다. 물론 이분들은 본인들 분야가 따로 있으시고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축구를 배우시기에 큰 문제가 되지 않지만, 축구를 전문적으로 하는 아이들에게도 비슷한 모습이 오버랩됩니다.

 

출처 : 풋볼리스트

 

오랫동안 FIFA 랭킹 1위를 지켜왔던(현재 5위) 벨기에는 황금세대를 만드는 확실한 노하우를 가지고 있습니다. 4-3-3 포메이션을 바탕으로 선수 개인이 최대한 볼을 많이 만지게하고, 어린 시절엔 패스보다 드리블을 먼저 가르칩니다. 또 연령별 대표도 성장이 빠른 선수와 느린 선수를 분리, 운영하여 작은 선수들에 대한 관리도 철저하게 이루어집니다. 뿐만 아니라 국제대회에서 연신 패해도 훈련 커리큘럼이나 지도자를 바꾸지 않고 끝까지 밀어붙여 지금의 황금세대를 탄생시켰습니다. 이 중 주목할 것은 패스보다 드리블을 먼저 가르친다는 것입니다. 패스는 2명 이상의 선수가 있을 때 가능한데 그보다 먼저 1대1 상황에서의 드리블 돌파와 볼 소유에 중점을 두고, 이 능력이 충분한 수준에 올라섰을 때 패스라는 개념을 도입합니다. 이는 '개인의 악기를 완벽하게 다루지 못하면 오케스트라에 낄 수 없다'는 브라질식 축구 철학과 일맥상통합니다. 

 

제가 좋아하는 선수들을 보면 패스 마스터가 많습니다. 대지를 가르는 단 한 번의 패스나 창의적인 플레이로 팀을 이기게 만들죠. 하지만 경기를 반복해서 보면 이들이 얼마나 많은 압박을 당하고, 이를 혼자 헤쳐나가는지 알게 됩니다.(물론 팀을 이용하기도 하죠) 높은 수준의 리그에서 혼자 탈압박을 할 수 없다면 패스 마스터조차 전진 패스할 기회가 많지 않습니다. 스티븐 제라드, 제임스 메디슨, 케빈 데브라이너, 안드레아 피를로, 사비 에르난데스 같은 선수들의 어릴 때 영상을 보면 한 두 명쯤은 쉽게 제치곤 합니다. 그런 드리블 능력을 바탕으로 볼을 다루는 것이 편안하기에, 좀 더 먼 곳을 보며 축구할 수 있는 게 아닐까요?  

 

 

오해의 소지가 있어 덧붙이자면, 드리블 훈련에 집중해야 하는 연령대가 있습니다. 이후에는 패스의 개념을 도입하여 경기운영에 대한 코칭도 시작해야 합니다. 언제 패스하고 드리블 해야 할지, 팀 플레이는 어떤 것인지, 매번 다른 상황에서 스스로 결정할 수 있게 플레이의 우선순위를 정립해주어야 훗날 '축구경기'를 잘하는 유연한 선수로 성장할 수 있습니다.(드리블 돌파가 필요할 때 과감히 시도할 수 있고, 드리블로도 상대를 제칠 수 있지만 플레이의 효율성과 템포를 위해 패스 플레이하는 선수가 가장 이상적이라는 것을 기억하세요) 

 

드리블 연습 방법 : 만약 기술(드리블)을 독립된 환경에서만 연습할 경우, 실전에서 기술사용의 적절한 상황을 구분하지 못하여 배운 것들을 적용 못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단순 반복 훈련(플랙티스)과 게임과 같은 형식의 훈련(트레이닝)을 함께 진행해 테크닉뿐 아니라 스킬도 향상시켜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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