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한 번쯤 생각해 보셨을 고민
- 유소년축구
- 2025. 8. 19. 18:17
다들 한 번쯤 생각해 보셨을 고민
일단 제가 축구를 진지하게 시작하거나 축구를 하고 있는 부모님께 드리는 말씀이 있습니다. '축구를 시작하지 않았으면 축구를 하지 않는 것이 좋고, 축구를 시작했으면 빨리 그만둘수록 좋다.'
사실 국내 한정으로만 해당되는 말인데 나중에 가슴 깊이 느끼실 날이 올 가능성이 높으므로 꼭 기억해 두세요. 굳이 축구를 하겠다면 꼭 공부와 함께 시키시고, 축구자체를 처음부터 공부와 함께 한다는 전제로 시키시는 게 좋습니다. '너는 학생이지만 너가 원하니 축구라는 과목을 하나 더 배우고 있을 뿐이다.' 같은 느낌으로^^
초등 때 축구를 시작해서 프로선수가 될 가능성이 1%정도고 다시 그 1%에서 프로 선수로 살아 남을 확률이 10%정도니 제 말이 맞을 가능성이 99%가 넘을 겁니다. 감성적으로 이해하지 마시고 이성적으로 생각해 보시길 바랍니다.
하지만 축구를 하고자 하는 아이들의 열망이 워낙 강하기도 하고 인생에서 개인적인 행복을 누려야 할 권리도 있으니 말리는 것이 불가능한 경우 아래의 2가지를 지키시면 일이 계획적으로 흘러가지 않을 때 조금이나마 리커버리 하기 쉬우실 겁니다.
1. 첫째, 공부와 함께하세요.(반에서 1, 2등 하는 건 힘들어도 수업시간에 졸지 않고, 평소에 책을 읽으며 한 가지라도 잘하는 과목을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럼 최소한 공부하는 법을 잊지 않으니까요.)
2. 둘째, 최대한 돈을 쓰지마세요.(회비, 레슨비, 피복비, 대회 참가비, 성과급, 간식비, 전지 훈련비 등 나 돈이 너무 많으면 나중에 프로가 돼서도 회수가 안됩니다. 프로에서 최소 연봉으로 계약하고 용돈 받으며 사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허례허식 없고 내실이 있는 팀을 찾아보세요)
이 2가지를 이해해 주거나 충족해 주는 팀에서 축구했을 경우, 중도 하차 시 비교적 빠르게 툭툭 털고 다른 트랙으로 옮겨 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축구하는 동안에 부지런하게 발품 팔아 알아보시고 때론 과감한 결단을 내리셔야 해요.
다음은 선택사항에 해당되는 몇 가지입니다. 개인적으로 동의하실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으니 단순 참고만 해주세요.
3. SNS 하지 마세요.(자신의 페이스대로 성장할 수가 없습니다. 누가 어디로 진학했고, 어디에 뽑혔고, 무슨 상을 받았고 하는데 자연스레 마음이 급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지상파나 유튜브에서 자꾸 시청률, 조회수 나오니까 아이들 뽑아서 미디어에 노출시키는데 개인적으로 너무 유난스럽고 보여주기 좋아하는 국민성을 그대로 이용하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4. 진학을 보지 말고 훈련과 경기방법을 보세요.(실력이 있으면 개인적으로 원하는 팀에 연락하고 테스트 보시면 됩니다. 티오가 없다고 해도 잘하면 없던 티오도 만들고, 어느 팀이나 1학년 멤버 전원이 3학년 가는 일은 거의 없어 생각보다 팀 이동이 잦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문제는 개인적으로 테스트 봐서 합격하고, 기존의 박힌 돌 멤버를 뺄 수 없다는 데 있지 기회가 없다는 데 있지 않습니다. 평소에 실력을 키워주는 팀에서 꾸준히 배우면 마지막 각자도생 해야 할 때 선택 받을 수 있습니다)
5. 기대를 다 내려놓고 행복하세요.(0.78%의 가능성 때문에 매일 일희일비하신다면 10여 년 동안 너무 괴로우실 겁니다. 우리 얘 프로선수 반드시 만들겠다는 마음보다 그냥 기대를 다 내려놓고 '오늘도 아이가 축구하면서 좋아하네', '힘든 걸 이겨내는 게 기특하네' 같은 소소한 기쁨에 만족하시는 훈련을 해보세요. 그럼 축구하는 게 더 이상 부담이 아닌 반려동물 키우는 것 같은 또 다른 행복으로 다가올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