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력과 배낭 하나만 있으면 프로 갈 수 있는 이유
- 유소년축구
- 2024. 1. 3. 13:20
실력과 배낭 하나만 있으면 프로 갈 수 있는 이유
학부모님들과 대화를 하다 보면 진학과 환경에 큰 관심이 있으시다는 걸 느끼게 됩니다. 좋은 초등팀에 있어야 좋은 중등팀과 고등팀을 가고 그렇게 대학 입학이나 프로 진출을 한다고 생각하시기 때문입니다. 틀린 말은 아닙니다. 엘리트 코스를 쭉 타고 가면 프로 진출 확률이 높은 것은 사실이니까요. 하지만 꼭 전제돼야 하는 것이 있습니다. 매번 하는 훈련이 선수를 성장시키고 있는지입니다.
예를 한 번 들어 보겠습니다. 초등 때 전국에서 가장 뛰어난 팀 중 한 곳에 있던 아이가 있었습니다. 6학년때는 10번을 달만큼 인정받았죠. 그리고 결국 아랫지방의 프로유스로 진학했는데 지인을 통해 들으니 부족한 편에 속하더군요. 문제는 이 아이가 앞으로 받을 중학교 3년, 고등학교 3년의 훈련이 아이의 축구인생을 좌우할 텐데 어렸을 때는 재능과 노력으로 명문초 → 프로유스라는 엘리트 코스를 밟았지만 현재는 양질의 훈련을 받기 힘든 상태라는 것입니다.(모든 유스팀이 그런 것은 아닙니다) 이 같은 경우 막상 고3이 되었을 때 팀의 선택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으며 엘리트 코스가 오히려 성장에 방해가 된 케이스라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초등 때나 중등 때 잘하는 선수가 아닌 성인이 되었을 때 최고의 피크를 찍는 선수가 될 수 있게 훈련받는 것이 중요합니다. 주변의 소음 때문에 힘드시겠지만 근시안적 사고를 벗어나 멀리 보시고 아이의 실력 성장에 집중하세요. 특기생으로서 대학 진학이 목표라면 또 다른 전략을 세워야 하지만 프로 선수가 목표라면 본질을 잃으시면 안 됩니다. 아래의 예시는 가상의 시나리오인데 현재의 상황에서 벗어나 조금 더 넓은 시각을 가지실 수 있을 겁니다.
저는 이제 막 고등학교를 졸업했습니다. 20살이 된 저는 실력도 있고 남에게 없는 특기도 있는 선수이지만 운이 따르지 않아 좀처럼 기회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해외로 눈을 돌렸습니다. 먼저 영국을 알아봤는데 지역 스카우터, 코치들과 연계하여 테스트를 주선하는 웹사이트를 발견했습니다. 여기서 원하는 지역의 테스트를 신청할 예정입니다. 물론 테스트비를 내야 하지만 미래에 받을 연봉에 비하면 충분히 가치 있는 투자이며 비자도 영국 YMS 비자를 통해 2년을 확보할 수 있어 실현가능한 시나리오입니다. 이렇게 하부리그에서 경험과 실력을 쌓아 상위리그로 진출할 계획입니다. 한국보다 더 치열한 경쟁이 기다리고 있지만 저는 실력과 자신이 있어 도전할 것입니다.
12세로 어려진 저는 영국 옆 나라인 아일랜드의 축구팀을 찾아다니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한 팀에서 공개 테스트를 하는 것을 알게 되어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알고 보니 그 팀은 영국 프로 축구팀에 수십 명을 배출한 명문 클럽이었으며 매년 한 번씩 공개 테스트를 진행하였습니다. 이 팀 외에도 더블린의 수많은 팀들이 매년 공개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어 떨어져도 크게 걱정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이쯤 되니 생각보다 기회가 많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릴 때 유학생활을 하던 호주로 가봤습니다. 호주에는 A리그라는 프로 리그가 있고 그 밑에 2부 리그 격인 NPL, 3부와 4부인 NPL 리그 1과 2가 있습니다. 생각보다 많은 팀들이 지속적으로 선수들을 찾고 있어 모든 테스트에 지원해 볼 생각입니다. 처음엔 워킹 홀리데이 비자를 활용할 생각이고 이들 중 입단할 수 있는 팀이 있다면 꾸준한 경험과 실력을 쌓아 A리그에 도전해 볼 겁니다. 만약 A리그에서 3년을 뛸 수 있다면 영주권도 받게 되겠죠. 또 뒤늦게 진가를 알아본 K리그에서 저를 원해 역수입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국내 대학 또는 K리그만을 목표로 한다면 가는 과정에서 축구선수의 본질을 잃을 수 있습니다. 환경과 제도가 그렇게 만들거든요. 따라서 더 좋은 팀에 진학하는 것이 목적이 아닌 성인이 됐을 때 경쟁력 있는 선수가 되는 것을 목표로 하루하루 훈련하십시오. 그러면 지금의 걱정과 스트레스가 덜어질 뿐만 아니라 더 나은 미래가 기다리고 있을 것입니다.
(트라이얼(TRIAL)은 테스트를 뜻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