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축구 변화과정 = 한국축구 변화과정?

일본축구 변화과정 = 한국축구 변화과정?

 

카르다쇼프 척도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사용하는 에너지의 총량에 따라 문명의 단계를 나누는 건데 우리는 2023년 기준 대략 0.75단계에 있다고 하더라고요. 1단계를 지나 2단계쯤 도달하면 행성이주는 물론 SF영화에 나오는 공간이동도 가능할 수 있다고 하니 빨리 그런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이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일본축구가 그랬던 것처럼 한국 축구가 조금씩 다음단계로 넘어가는 과도기에 있는 것 같기 때문입니다. 사실 세계 축구계에서는 일본축구를 한국축구보다 높이 평가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손흥민, 이강인, 김민재 같은 굵직한 선수들을 보유하고 있지만 일본 대표팀은 실력이 상향평준화된 두터운 선수층을 가지고 있으니까요. 

 

과거 일본축구는 기술에 매진하였습니다. 어렸을 때는 기술만 연마하면 되고 전술은 고등학교 가서 가르쳐도 된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고 그 결과로 일본의 많은 선수들이 기술적으로 뛰어나게 성장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국제대회에서의 성과는 미미했죠. 기술만 보면 세계 정상급 팀인데 성적이 나오지 않으니 모두가 의아해했습니다. 그래서 일본은 유럽과 남미의 뛰어난 지도자들을 불러들여 그들의 분석을 토대로 일본축구가 놓치고 있는 것을 찾아내 고치기 시작했습니다. 

 

해외 지도자들이 일본축구에 내린 진단은 아이들이 기술은 뛰어난데 전술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생각하는 플레이를 하기 위해서는 전술을 이해하고 질문하며 서로의 의견을 주고받아야 하는데 아이들이 너무 조용했던 것이죠. 또 시시각각 변하는 상황 속에서 좋은 판단력을 기르려면 전술 트레이닝이 뒷받침되어야 하는데 일본의 축구교육은 너무 기술에만 집중돼 있었습니다. 그럴 경우 아무리 좋은 기술을 가지고 있어도 경기에서 충분히 발휘될 수가 없습니다.

 

제가 팀에 소속팀에 있을 때는 소속선수들만 가르치니 국내 선수들의 전체적인 수준과 장단점을 파악하기 어려웠습니다. 그런데 레슨을 시작하고 다양한 소속팀과 유형의 선수들을 가르쳐보며 과거하고는 많이 달라졌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일단 전체적으로 축구를 시작하는 연령대가 훨씬 내려갔고 그에 따라 초등학교 고학년만 돼도 기술 수준이 상당한 아이들이 여럿 있었습니다. 바로 일본이 해냈던 기술의 상향평준화가 조금씩 실현되고 있는 것이죠.

 

얼마 전 있었던 U17 월드컵만 보더라도 성적은 좋지 않았지만 선수 개개인의 능력은 충분히 훌륭했습니다. 미세한 피지컬의 열세와 전술적 능력의 부족 (위치에 따라 볼이 있을 때나 없을 때 무엇을 해야 할지 아는 능력 )으로 일찍 떨어지긴 했지만 성적만 좋았던 과거에 비해 훨씬 자신감 있고 배짱 있게 플레이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들이 성인이 되면 기존의 선임 선수들과 함께 또 한 번 황금세대가 태어날 거라 확신합니다.  

 

어쨌든 기술의 상향평준화가 이루어지고 있는 지금, 그 다음 단계는 무엇이 될까요? 바로 일본과 같이 전술적 트레이닝의 도입이 이루어져 영국, 프랑스, 독일, 아르헨티나, 브라질, 네덜란드, 스페인, 이탈리아, 벨기에, 포르투갈 같은 수준의 축구강국이 되는 것입니다. 저는 이것이 기술 수준을 올리는 것보다 훨씬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을 해결하기 위해 일본은 해외의 축구전문가들을 데려다 일본축구 지도자들을 가르치게 했습니다. 그 결과 일본축구지도자들의 수준과 능력이 업그레이드되었고 굳이 선수나 지도자들을 해외로 내보내지 않아도 그들의 터에서 양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습니다. 

 

축구협회의 일처리와 대표팀의 여러가지 사건들로 인해 분위기가 무거운 요즘 저는 축구협회가 사단법인의 취지에 맞게 영리보단 한국축구발전을 위한 노력에 더 치중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일환은 바로 국내 지도자들의 수준을 업그레이드하는 것도 포함돼 있죠.(저도 해외의 유능한 축구 전문가들에게 더 많은 것을 배우고 싶습니다) 어차피 축구협회도 매년 적자일 것 같긴 하지만 그렇다고 대한축구협회가 국내축구를 독점하고 있는 현실에서 그들이 그들의 역할을 제대로 해주지 못하면 누가 할 수 있을까요? 

 

 

참조 : New 축구교본(네덜란드 토털 사커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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